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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

판다의 자대이야기 - 눈 2편

판다(panda) 2009. 10. 7. 00:00

산에는 눈이 많이 옵니다.. 과연 눈이 얼마나 많이 올까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군생활은.. 수양록을 보기 전까지에는..
눈치우는 기억과.. 비내리는 날 밖에서 비 본 기억만 있었습니다..

10월부터 5월까지.. 4개월을 뺀 나머지 8개월에 눈이 오고..
6월부터 9월까지.. 비가옵니다;..

눈이 많이 오기때문에.. 종종 새벽에도 일어나서 제설작업을 해야했고..
근무시간 중에도 밖에 나가서 제설 작업을 해야했습니다..

사실.. 근무하는 것 보다는.. 눈 치우는 것이.. 재밌기도 했지만..
매일 치우다 보니까.. 너무 힘들어서;..

눈이 얼마나 많이 오냐면..
무릎까지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안치우면.. 사람 키만큼 쌓이게 되죠..



그래서 부대에서 비번인 근무자들을 모아.. 눈치우기 원정대를 만들게 됩니다..
저는 근무를 하지만.. 막내라서.. 눈치우기 원정대에는 항상 끼게 되었죠..

그리고 원정대가 출발하기 전에.. 사진을 찍고.. 눈치우기 작업에 들어가게됩니다..

"야.. 다들 포즈잡아봐라.. 눈치우기 전에 사진 좀 찍자"..

"오늘도 무사히.. 눈 치워보자.. 절벽쪽으로는 가지말고.. 조심해서 빨리 끝내자"..

빨간 산타모자가 접니다.. 상병 꺾였기에.. 빨간 산타모자를;..
그리고 부대 절대권력 해군 병장과.. 두달 선임인 공군병장들.. 그리고.. 힘없는 육군상병들;..


눈이 계속 오는 중에 치우다가보니.. 뒤를 돌아보면.. 눈은 그대로 쌓여있습니다..
다시 쌓인 눈을 다시 치우고 뒤를 돌면.. 다시 눈은 그대로 쌓여있습니다..

만약 안 치운다면.. 나중에 밖으로 나갈 수 조차 없기에.. 계속 치워야만 했죠..
그렇게 눈을 치우고 절벽으로 밀어버리고.. 하다 보면..

어느샌가.. 자신의 키보다 더 높게 쌓여있는 눈더미를 보게 됩니다..
그런 푹신푹신하게 쌓여있는 눈더미를 보고.. 그냥 지나칠수가 없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눈더미를 향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립니다..


"푹~"..

"야.. 판다가 눈에 뛰어들었다.. 묻어버려"..

"왜.. 이러십니까.. 김병장님.. 살려주십쇼"..



네.. 묻혀있는게 접니다..

눈에 묻혀있다가.. 얼어죽기전에.. 빼주는 센스!..
그리고 빠져나오면.. 동참했던 후임에게 복수를..

"아악.. 판다 상병님.. 김병장님이 시킨겁니다.. 저는 잘 못없습니다"..

"나를 묻어버리고.. 서열을 올릴 생각을 했겠다.. 너도 당해봐랏~!"..




그렇게.. 눈을 치우다보면.. 옷은 축축하고.. 몸은 춥고.. 힘들지만..
마음만은 정말.. 편하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저때는.. 상병 진급하고.. 슬슬 부대에서 권력을 잡을 때여서 편했지만..

막 부대에 올라온 이등병 때는 눈치우는게 왜 그렇게 힘들고 고달펐는지..


지금이야 전역하고 난 후 지만.. 아직도 눈만 보면 짜증이 쏟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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