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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

판다의 자대이야기 - 선임편

판다(panda) 2009. 9. 28. 00:00
자대에서 OJT 교육도 끝나고.. 단독보행도 풀리고..

하지만.. 내가 하는일은 정비실 지키기.. 전화받기..
그래서.. 수양록을 가득 채우고.. A4용지를 분할하여 수양록을 쓸수 있었죠..

언젠가 한번 쓰다가 걸린적이 있는데..
이병 찌그러기가.. 수양록 쓸시간이 어딨냐고 갈굼당했습니다..

그래도.. 몰래 계속 썼습니다.. 그래서 그때 일들이 자세히 기억나곤 합니다..
기억력 좋은 분들이야.. 안 적어도 기억나겠지만..

저는 뭐든지 적는 버릇이 있어서..
그래서 블로그도 시작한거였죠.. 뭔가 적으려고..

그때 김일병님이 오셔서 그러더군요..
"야.. 좋겠다 후임 지금 관사 근처 도착했데"..

아~ 드디어 나도 3주만에 후임이 생기는구나..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관사에서 걸려온 전화로..
후임이 아닌 선임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럴수가.. 나도 종군교에서 교육받고 와서 자대에 늦게 온건데.. 나보다 더 늦게 오다니;..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그 다음날.. 후임인줄 알았던 선임이 자대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선임에게는 단독보행 금지라는.. 명령이 떨어졌죠..
그리고 단복보행이 가능한 제가 그 선임을 맡게 되었죠..

내무실에서 각잡고 앉아있는 선임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후임입니다.. 말 놓으셔도됩니다.."..
"이병 김xx.. 아닙니다"..


김이병은 너무 많은 정보를 듣고 와서..
신병이 들어오면.. 병장들이 이등병옷으로 갈아입고 놀린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나봅니다..
저에게도 한번 하려고 시도했지만.. 옷 갈아있다가 들겨서 포기했었죠..

"김이병님.. 제가 1달 후임입니다.. 말 놓으셔도 됩니다"..
"이병 김xx.. 아닙니다"..

진짜 후임인데 안 믿어주는 김이병..
그렇게 둘이 내무실에서 있는동안.. 김일병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야.. 김이병.. 들어오자마자 후임 생겼네"..

그리고 이것 저것 이야기하다가 다시 나가셨죠..

"진짜 후임이였어?.. 놀랬잖아.. 이등병 옷 입고 속인다고 해서 그런줄알았다"..
"하하.. 저도 속을뻔했습니다.. 앞으로 화장실 가고 싶으면 제가 잔다고해도 깨우십시요"..
"아.. 그래 고마워"..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전우애입니까.. 정비실 맞고참 생각만 하면.. 아욱..

그리고 김이병님이 들어오고 몇일 안되서..
동기들이 막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5명이나 들어왔죠..

그때부터 생활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동기가 들어오니까.. 저에게 쏠리는 애정(?)이.. 모두 5명에게 돌아갔기 때문이죠..

그래도 저처럼 부대장한데 껀수잡힌 녀석들은 없었습니다..

폐급으로 분리된 저와 달리 동기들은 "이녀석 A급이네".. 라는 소리도 들었죠..

그래서 저는 동기들에게 놀림 받습니다.. 폐급이라고..
그리고 저는 그 놀림을 김이병인 선임에게 돌려줍니다.. 단독보행금지라 데리고 다닌걸 기억하라고..

지금까지도.. 다들 모여서 같이 술 마시곤 합니다..
아직까지도 전역한 군대 선후임, 동기들과 연락하고 지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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