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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

판다의 자대이야기 - 시설병

판다(panda) 2009. 10. 14. 00:02
영지버섯을 도둑맞아버린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낙을 잃어버린 판다는..

그날도.. 영지버섯을 애타게 찾으며..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콰광~!"..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부대의 전기가 모두 나갔습니다..

"테..테러인가?.. 북한의 공습?"..

북한의 공습이 아닌.. 비님의 공습이였습니다..
부대 바로 위에서 생성된 비구름이 번개를 만들어 내려 꼽은 것이죠..

번개에 대한 시스템들이 준비되어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것도 직격으로 떨어진 번개에게는.. 대비 시스템들이 소용없었습니다..

정비과장님, 정비계장님이 소리치셨습니다..
"당장 돌아다니면서.. 상황보고하도록"..

저는 제가 가장 친숙한.. 취사장 부터 갔습니다.. (밥먹을시간이였거든요;)..
취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저에게 상황을 말하는 취사병선임..
"야 판다야.. TV에서 스파크 텼어"..

우선 전기가 안들어오기 때문에 당장은 확인할수가 없어 상황만 체크하고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경비소대에서도.. TA-312로 다른 초소와 연결이 안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통신장비 몇개가 에러를 표시하면서.. 동작을 안하는겁니다..
바로 예비통신장비로 연결해서 문제는 없었지만..

갑자기 떨어진 번개로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전에는 시설병이 있어서.. 발전기 전원을 내리고.. UPS 전원을 올려 조치를 취했는데..
시설병은 전역하고.. 시설병이 안들어와서.. 수송부 병사 한명이 시설병 교육을 받았었죠..

그런데.. 그 시설병이.. 휴가 나가면.. 할 사람이 없다고;..
제가.. 발전기, UPS 운용방법과.. 보일러 가동법까지.. 교육받았습니다..

그리고 시설과장님이 그러시더군요..
"판다야.. 너 어짜피 막내니까.. 이리와라.. 그럼 니 위로 아무도 없고 편하잖아"..

솔직히 끌렸습니다.. 정비과에서 제 위로 4명.. 그것도 위로 2달 고참, 그 위로 다시 2달, 2달..
제가 정비과에서 왕고를 하려면.. 제가 전역하기 2달 전에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설과로 옮기면.. 수송부 병사는 다시 수송부로 돌아가기에.. 물론 제가 휴가나가면 다시 시설과 일을 하겠죠..

정비과장님은.. 저를 또 배신하셨습니다..
"시설과장님.. 시설병 곧 들어온다면서요.. 그때까지 판다 쓰세요"..

그렇게 저는 시설병으로 보직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설병이 되자마자.. 시설과장님이 시작한 일은..

"판다야.. 경비소대원쪽 화장실이 너무 낡았지? 리모델링 좀 하자"..

핡.. 리모델링;.. 아니.. 그건 시설병 들어오면 하라고;..

햄머로.. 벽 부시고.. 시멘트 섞어 바르고.. 화장실 양변기로 교체하고..

그렇게 힘든 노가다 시설일은 시작되었고.. 누가 보일러병이 편하다고 했던가..
보일러병도.. 부대 나름입니다..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인 비님을 저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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