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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주간행군을 했습니다..
주간행군이란.. 낮에 하는것이지요..
거리도 야간행군에 비하면 짧습니다..

훈련소 교장가는 길을 따라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인데..
훈련소 교장따라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별로 볼것이 없습니다..

주간행군이라서 그런지.. 햇빛때문에 더 덥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쉽게 끝났습니다.. 거리가 짧으니까요..

아.. 야간행군은 완전군장이라면.. 주간행군은 방독면만 들고가는 약식군장이라고 할까요?..
방독면만 들고 하는게.. 뭐라고 하는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그리고 그 다음날.. 드디어.. 야간행군을 하는 날이되었습니다..

군장에 있는것을 다 챙겨 넣으라고 하더군요..
텐트부터해서 무거운것을 아래쪽으로 넣고.. 가벼운걸 위로..
반합도 넣고.. 야삽도 넣고.. 전투화도 넣고..

20kg이라고 하지만.. 묵직한게.. 체감상 더 될것 같습니다..

군장 제대로 싸는 방법은..
모포, 텐트, 훈련복, 세면백 순으로 군장 안에 넣고..
야전삽, 반합, 전투화를 밖의 주머니에 넣습니다..

훈육분대장을 맡고있는 기간병이 그러더군요..
"저녁밥 먹고 1시간 정도 쉬고.. 8시에 군장 검사하고.. 출발할테니까.. 군장 준비해라"..

저녁밥을 먹은뒤 동기들끼리.. 야간행군의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군장 정말 검사할까?"..

"내가 아는 형한테 들었는데.. 앞줄 아니면 뒷줄만 검사하고.. 나머지는 안한다고 그랬어"..

"그럼 나만 앞,뒷줄이 아니면 되는거지 음하하하"..


순간 고민했습니다.. 중간이 있으면.. 검사를 안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192번.. 194번.. 195번..(제가 기억하는 확실한 번호들이죠..)
그리고 그외 몇명만.. 군장을 속였습니다..
나머지 얘들은 겁이 많은게 아니라.. 착실해서.. 완전 군장을 매고 나갔죠..

저랑 몇 명의 동기들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뭘 넣어야.. 빵빵하게 보일까?"..

"국방일보 찟어다가 뭉쳐서 넣어"..

어떤 녀석의 한 말을 듣고.. 192번이 잽싸게..
국방일보 뒷쪽.. 그러니까 날짜가 오래된 국방일보를 뜯고 뭉쳐서 넣기 시작했습니다..
꽤 많이 넣어야.. 완전 군장 크기정도가 되더군요..

제 군장도 국방일보를 넣기에는.. 남은 국방일보가 별로 없었습니다..

195번이 그러더군요.. 그러면 모포라도 넣자고..
"오옷.. 그거 좋은 생각이다.. 모포라면 무겁지도 않고.. 부피도 크고 좋다"..

저랑 195번 훈련병은 모포를 말아서 아래쪽을 채우고.. 정리된 모포를 윗쪽에 잘 놓아서..
열어보면 군장이 제대로 되어있는 것 처럼.. 사기를쳤습니다..

국방일보 군장보다는 무겁지만.. 완전군장보다는 가벼운 모포군장..

드디어 야간행군하기전에 연병장에 집합하게 되었고..
저와 사기군장을 챙긴 동기들은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간부의 아프면 말해라.. 뭐해라.. 어디서 어디로 이동한다 등등..  설명을 듣고..
제대로 군장을 챙겼는지 검사한다고 하더군요.. 기간병들이.. 앞, 뒤쪽에서 검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군장 확인하기 쉽게  풀러서 놓는다.. 실시"..

"훗훗.. 앞, 뒤쪽 검사하다 말겠지"..
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간병들이 앞, 뒷줄 한명만 검사하고.. 랜덤으로;.. 검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두근.. 두근.. 갑자기 빨라지는 심장.. 이런 젠장.. ㅈㅈ..

중간쯤 들어와서 검사하는 기간병이 그러더군요..
"앞, 뒤만 검사한다는 소문이 돌아서.. 요새는 중간도 검사해"..

그.. 그렇습니다.. 앞, 뒤쪽만 검사하는 그런 시대는 이미 옛날인것입니다..
군대도 시대에 맞춰 발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야간행군하는 인원이 몇명인데.. 어떻게 그걸 다 검사하겠습니까..
나머지는 지나가면서 제대로 챙겼지 하는 말로 검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눈빛이 수상적다 싶으면.. 검사들어가는 것이죠..

다행하게도.. 저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받은 훈육분대장은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사기 군장을 가지고 있는 동기 또한 안걸렸습니다..

9중대인가 아니면 10중대인가 걸려서.. 출발은 12중대부터 하게 되었죠..
길따라서 개미의 행렬이 시작되었습니다..

중간중간.. 계속 휴식을 하고.. 물도 조금씩 조금씩 마시고..
동기들과 대화하면서.. 즐겁게.. 가기 시작했습니다..

대화의 주제는 바깥세상이야기..
밖에서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방송하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인기 폭발이라고..
저는 아직까지.. 본적이 없습니다.. 굳이 옛날 드라마 찾아서 보기도 귀찮아서요..

그렇게 걷고 걷고 또 걷고.. 산 두개를 넘고.. 다시 훈련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들어오자마자 다들 바닥에 주저앉기 시작했습니다..

부훈육분대장이 그러더군요..
"너희는 자대가면 행군을 몇번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앞으로 13번 더 해야 전역이다"..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지는 부훈육분대장이였습니다..
자대에서 얼마나 힘들지 모르겠지만.. 이 힘든것을 13번이나 더 해야한다는 사실이.. 불쌍해보이더군요..

저 부훈육분대장은.. 상병 꺽인 훈육분대장의 후임으로..
모든 시범을 훈육분대장 대신하는 그런 존재였죠..

그래도 각개전투할때나.. 총검술 할때.. 정말 잘하더군요.. 훈련소내에서 전체 3위 했다는 실력자의 움직임입니다..
그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그런 모습.. 각개전투 훈련 시범보이다가 돌맹이에 팔꿈치가 찍혀 뼈에 금이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을 보이더군요.. 나중에 팔에 깁스한것 보고 알았습니다..

이름은 생각안나는데.. 무사히 전역했겠죠?..
글 쓰다 보니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아.. 이날 처음으로 건빵과 라면 먹은 날입니다..
야간행군 갔다와서 그 새벽에..
많이 움직였으니까 많이 빠졌을거라면서.. 사진을 찍고.. 건빵과 라면을 먹었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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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요약..

1. 안 들키는게 최고;..

2. 첫 건빵.. 꿀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