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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대대를 떠나 논산훈련소로 가면서.. 소대배정을 받았습니다..

훈육분대장들과 같이 온 간부가 말했습니다..

"아.. 자기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쪽으로 나와봐라.."

뚱뚱한 사람은 따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제 몸이 쫌 뚱뚱해서 따로 나갔습니다..

"이건 다른게 아니고.. 이번에 우리 중대가 비만소대라는 것을 맡게 되었는데.."

비만소대?.. 논산훈련소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프로젝트.. 뚱뚱한 병사를 날씬하게!..
전 생각했죠.. 이건 기회다.. 이럴때 살 빼야지 언제 빼겠냐.. 도전하자!..

그렇게 전 비만소대 소대원이 되었습니다..


25연대 11중대 4소대 194번 훈련병 판다..
이것이 저의 신분입니다..


비만소대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른 소대보다.. 밥을 덜 줍니다;..
그리고.. 다른 소대 쉴 동안에.. 운동시킵니다;.. 줄넘기.. 제자리 달리기.. 등등..


대신 특혜도 있습니다.. 1주일에 한번 연병장 주위를 크게 도는 단거리 마라톤;을 했었는데..
15분 안에 통과 못하면 뭔가 안 좋은 규칙을 줬는데.. 비만소대는.. 특별히.. 5분 더 줘서.. 20분안에 통과하면 됐죠..
죽기살기로 숨 참아가면서.. 뛰었더니 17분 나오더군요.. 대부분의 비만소대원들이 16~18분 사이에 들어왔습니다..

중대장이 그러더군요..
"비만소대 잘 뛰네.. 너희들 다음엔 15분안으로 뛰기다~.."

헉.. 최소한으로 걷고.. 최대한 뛰면서 간 결과가.. 15분안으로 들어오기라니;.. ㅎㄷㄷ..
다른 소대원들 들어가서 씻는 동안.. 저흰 나머지 운동했습니다.. 줄넘기.. 제자리달리기요;..

저희 소대 훈육분대장을 맡고 있는 기간병이 그러더군요.. 사진 좀 찍자고..
"야.. 너희 최대한 배 내밀어.. 더 뚱뚱하게 보이게.."


그리고.. 훈련소를 떠나기 몇일전 또 사진을 찍었습니다..
"야.. 이번엔 최대한 들이마셔.. 최대한 날씬하게 보이게.."

그렇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사진찍기.. 그리고 날씬하게 사진을 찍고..
보수로.. 건빵과.. 라면을 처음으로 먹었습니다..
비만소대는.. 건빵과.. 라면을 안줍니다;.. 살찐다고;..

저희 동기들.. 그러니까 비만소대원들은.. 다들 뚱뚱한 편이였습니다..
그리고 제 옆.. 193번 훈련병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이 193번이 훈련소 입소 첫날 부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배가 아프다고.. 설마.. 아침, 점심, 저녁 조금 먹었다고 배가 아픈건가;..

그 친구는 그렇게.. 의무대에 갔고.. 외진까지 받은 결과..
신경성 위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친구는 그렇게.. 날마다.. 쌌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초췌해지는 그녀석..

결국 193번 훈련병은 퇴소 전날까지.. 24kg을 뺐습니다..
한달만에.. 비만에서 정상체중이 된것이죠;..

퇴소날.. 연대장이 찾아와서 연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퇴소를 축하하고.. 자대에 가서도 열심히 하길 바랍니다.. 이상.."

그리고 이어지는 포상관련 수여식..

"193번 훈련병 앞으로.."

저녀석은 뭐야? 왜?..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비만소대원 중에서 살을 가장 많이 뺀 병사에게 주는 포상;..
포상을 준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열심히 빼려고 노력했을텐데..

아무튼 그녀석은 신경성위장염 다이어트로.. 1박2일 포상을 받았습니다..

그땐 신경성위장염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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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요약..

1. 밖에서 살 빼는게 이득..

2. 그냥 일반소대가서 밥이라도 잘 챙겨먹는게 이득..